세계 번역 문학의 다채로운 궤적… 아르헨티나·세르비아·인도·브라질의 대표작 조명
아르헨티나, 세르비아, 인도, 브라질 등 세계 각지의 역사적 격변과 인간 내면을 포착한 번역 문학 작품들이 독창적인 서사와 문체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 각지의 독특한 서사와 사회적 현실을 담아낸 주요 번역 문학 작품들이 주목받고 있다. 아르헨티나, 세르비아, 인도, 브라질 등의 작가들이 선보인 이 작품들은 광기, 전쟁의 부조리, 여성의 삶, 도시 빈민가의 현실을 날카롭게 포착하며 번역 출판을 통해 독자층을 넓혀 왔다.
아르헨티나 작가 후안 호세 사에르의 소설 『구름』(The Clouds)은 힐러리 본 도벨의 스페인어 번역을 통해 오픈 레터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1804년 아르헨티나를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은 레알 박사가 다섯 명의 정신질환자와 호송 군인, 길잡이를 이끌고 사막을 건너 정신병원으로 향하는 여정을 그린다. 파리의 아파트에서 핀촌 가라이가 읽는 플로피 디스크 파일이라는 액자 구조 속에서 전개되는 이 소설은 망상과 현실, 아르헨티나 역사와 망명의 경험이 지닌 상호 작용을 탐구한다. 황량한 평원의 단조로움 속에서 내면과 외면의 경계가 흐려지는 과정을 다층적인 언어로 풀어낸 점이 특징이다.
세르비아 작가 다비드 알바하리의 소설 『검문소』(Checkpoint)는 엘렌 엘리아스-부르사치의 번역으로 레스트리스 북스에서 출판되었다. 200쪽 미만의 분량을 단 하나의 문단으로 쉼 없이 전개하는 이 작품은 전쟁의 완전한 부조리성을 정면으로 다룬다. 약 30명의 군인이 지휘관과 함께 검문소를 지키지만, 누구와 싸우는지도 모른 채 상부와의 통신마저 끊긴 고립 상태에 놓인다. 알바하리는 예측할 수 없는 사건 전개와 현실의 붕괴를 통해 구유고슬라비아 해체 전쟁의 혼란을 우화적으로 드러내며, 집단적 화자에서 지휘관 개인으로 좁혀지는 시점 변화를 선보인다.
인도 페미니즘 문학의 주요 인물인 암바이(C.S. 락슈미)의 단편집 『집 구석의 부엌』(A Kitchen in the Corner of the House)은 2016년 세상을 떠난 학자 락슈미 홈스트룀의 타밀어 번역을 거쳐 아키펠라고 북스에서 나왔다. 이 단편집은 가사 노동과 전통적 규범에 얽매인 다양한 사회경제적 계층의 인도 여성들이 지닌 절망과 연대를 그린다. 「숲」, 고대 전설을 학계의 현실과 교차시킨 「트리샨쿠」, 인도 마르크스주의 내부의 모순을 꼬집은 「휠체어」 등 다채로운 수록작을 통해 인도 아대륙 내부의 언어적·민족적 분열과 여성의 자의식을 정밀하게 조명한다.
브라질 작가 제오바니 마르친스의 데뷔작인 단편집 『머리 위의 태양』(The Sun on My Head)은 줄리아 산체스의 포르투갈어 번역을 통해 파라, 스트라우스 앤 지루에서 출판되었다. 리우데자네이루 파벨라의 21세기 일상을 다룬 13편의 단편은 특수경찰작전대대(BOPE)와 마약 밀매업자, 그리고 그 사이에서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려는 주민들 사이의 긴장감을 사실적으로 담아냈다. 마르친스는 거리의 구어를 문학적 언어로 승화시켜 도시 빈민가의 생생한 현실을 온전히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