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격변과 상실을 담은 기록, 작가로서의 삶과 디아스포라의 고뇌
홍콩의 대규모 민주화 시위와 국가보안법 통과 이후 미국으로 떠났던 한 작가의 자전적 서사가 발표되었다. 급변하는 도시 환경 속에서 중단된 창작 활동과 마지막 날 만난 현지 작가 지망생과의 교감을 통해 정체성과 상실의 경험을 조명한다.
격변하는 홍콩과 무너진 일상
2019년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시위가 본격화되면서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더보로드 센트럴 등 주요 도심 거리로 나섰다. 대만에서 성장해 홍콩에서 거주하던 한 작가는 독립 출판물을 발행하고 글쓰기 워크숍을 운영하며 문학적 활동을 이어가고 있었으나, 고조되는 정치적 갈등과 뒤이은 사회적 통제로 인해 정든 도시를 떠나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입법회 건물 진입 시위 이후 법안 처리가 중단되었으나 갈등은 지속되었다.
뒤이어 확산된 코로나19 방역 조치와 정치적 변화는 도시의 환경을 급격히 변화시켰다. 빅토리아 공원에서 열리던 톈안먼 추모 촛불집회는 거리두기 위반 경고 방송 속에 마지막으로 개최되었고, 국가보안법 제정 이후 모든 시위는 불법화되었다. 대표적 일간지 빈과일보의 최종호가 발행된 뒤 사주 지미 라이가 체포되었으며, 다국적 기업들은 인력을 싱가포르와 상하이 사무소로 이전했다. 기업 내에서도 시위 관련 소셜 미디어 게시가 금지되는 등 사적 영역의 통제가 강화되었다.
서점에서의 만남과 문학적 대화
일상 속 모임 인원이 2인으로 제한되고 페니스베이 격리 시설 운영과 리브홈세이프 앱 의무화로 감시와 불안이 팽배해지자, 작가는 미국 샌디에이고 출신 연인과의 관계를 고려해 출국을 결정했다. 홍콩 동북부 해변과 사이쿵에서의 자유로운 삶을 뒤로하고 출국을 하루 앞둔 시점, 작가는 독립 지지 메모가 가득 붙은 한 서점을 방문했다.
서점에서 작가는 은테 안경을 쓰고 소설 출간을 앞두고 있던 한 현지 작가 지망생을 만났다. 그는 작가에게 장아이링의 소설을 추천하며 대화를 건넸고, 두 사람은 비행기 탑승 21시간 전 다시 만나 만두를 사 들고 서영푼 역 인근 건물 옥상으로 향했다. 그는 세계를 방황하는 홍콩 남성을 주인공으로 한 장편 소설을 수년간 집필 중이었으며, 도시의 변화와 홍콩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담담한 태도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그는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지 않고 피처폰을 쓰는 인물이었으며, 두 사람은 왕가위 감독의 영화와 창작에 대해 밤늦도록 대화를 나눴다.
낯선 도피처에서의 단절과 고뇌
출국 당일 홍콩 공항은 상점들이 모두 닫히고 방역복과 안면 보호대를 착용한 여행객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작가는 홍콩을 떠나 미국 샌디에이고의 한 가정집 지하에 정착했으나 깊은 단절감에 시달렸다. 이주 직후 발생한 미 의회의사당 난입 사태와 뒤이은 애틀랜타 총격 사건 등 사회적 혼란 속에서, 작가는 안전한 도피처로 여겨졌던 이주지에서 겪는 정서적 고립과 상실의 고통을 마주해야 했다.